[트럼프노믹스 시대③ 채권] "채권금리, 인플레이션 촉발로 급등…상승 국면 접어든다"

입력 2016-12-08 11:00   수정 2016-12-08 11:03

[ 박상재 기자 ]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은 금리가 치솟으면서 불안감이 쉽게 걷히지 않는 모습이다.

다음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일각에선 저금리 시대가 저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높아지는 인플레 압력, 채권금리 급등

지난 10월 미국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75% 부근에서 움직이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8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당선되자 금리가 치솟기 시작했다.

당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2.05%까지 뛰어올랐다. 10년물 금리가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채권금리 급등은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0.31%를 기록하면서 최고치를 새로 썼다. 영국과 일본 국채 금리도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구혜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채권시장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있었다"며 "트럼프 당선자 공약이 이러한 심리를 자극하면서 채권금리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공약을 살펴보면 인프라 투자 확대와 대규모 감세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은 만기시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면 가격이 하락한다. 받을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은 채권을 내다 팔게되고 반비례 관계인 금리는 오르게 된다.

그는 "반이민자 정책과 보호무역주의도 고용 확대와 임금, 물가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따른 채권금리 급등은 불가피하며, 현재 이를 우려한 오버슈팅(과도한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채권금리, 중기적 상승 국면

구 연구원은 채권 금리가 인플레이션 경계감에 과도한 반응을 보였지만, 중기적인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저금리 기조 속에 채권은 그동안 꾸준한 강세를 보여왔다"며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앞으로 방향성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저금리는 거품과 부작용이 쌓이면서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시장은 오는 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구 연구원은 "채권금리는 중기적으로 추세가 전환되는 과정에 접어들었다"며 "최근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상승률도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채권금리가 2016년 1분기까지 오버슈팅 현상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이후 시장이 진정되면서 하락하다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반등하는 'U자형'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금리가 중기적 상승 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이를 감안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구 연구원은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 투자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단기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절, 방망이를 짧고 유연하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길게 보면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남아있어 위험 관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채와 미국 팁스(TIPS) 등에 투자해 물가 상승을 이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채권들은 물가지수에 따라 액면가와 이자 지급 기준 등이 변동된다.

◆ 오르는 채권금리, 금융시장 불안 우려

채권금리가 오르면 국내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된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치솟는 금리를 잡지 못하면 전반적인 금융시장 불안으로 도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증권사의 남은 4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1조2496억원과 영업이익 4188억원이다. 트럼프 당선일과 비교하면 매출은 2.31%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6% 늘었다. 이는 채권투자 손실과 거래대금 감소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증권사들은 약 187조원 어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이 각각 12조~14조원 가량 채권을 지니고 있다.

최근 치솟는 금리를 감안하면 변동에 따른 채권가격 변동폭(듀레이션)을 조절하더라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증권사들이 보유하는 채권이 예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에 수익에 분명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위험을 회피(헤지)하기도 쉽지 않아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테스트(유동성·건전성 위험평가)와 채권시장안정펀드 재가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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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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